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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by 碧巖 2026. 4. 2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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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공(휘 순) 묘지석’, 경기도 유형문화유산 지정

당대 최고 문장가 민지가 찬술한 희귀 사료, 학술적 가치 높아

 

2026년 3월 14세기 고려 사회의 정치·문화적 단면을 고스란히 간직한 ‘문영공(文英公) 김순(金恂) 묘지석(墓誌石)’이 경기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번에 지정된 문영공 묘지석은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해 비문의 내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고려 후기 안동김씨 가문의 위상과 당시 사회상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안동김씨 판삼사사 문영공 김순(文英公 金恂,1258~1321)은 본관이 안동으로 1279년 충렬왕 522세에 치른 과거에서 차석(次席)으로 급제한 후  좌승지, 밀직부사, 판삼사사 등을 역임한 문신으로 충렬공 김방경(金方慶,1212~1300)의 셋째 아들이다. 1297년 좌부승지, 이듬해 좌승지에 오르고 광정부사, 승지, 성균좨주, 보문각학사, 지민조사를 역임했으며, 다시 삼사좌사(三司左使)를 거쳐 밀직부사(密直副使)가 되어 사직했다. 충선왕이 왕위에 오르자 다시 등용되어 1312년(충선왕 4)에 중대광(重大匡)·상락군(上洛君)에 봉해졌으며, 1316년에 판삼사사(判三司事)에 올랐다. 성격이 관후하고 예서(隷書)를 잘 썼으며, 거문고와 퉁소를 즐겼다. 시호는 문영(文英)이다.

 

김순 묘지석에는 문헌사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삼한벽상공신사도아부 삼중대광(司徒亞父 三重大匡) 김선평(金宣平)과는 ‘內孫’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단어는 고려 친족사 연구를 심화시킬 수 있는 자료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문영공 묘지석은 1941년 경기도 개풍군 임한면 가정리 마산 동쪽 기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발견 직후 원위치에 수호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1943년 봄 안양시 관양1동으로 옮겨 모셔졌다.

 

이후 2008년 4월, 문영공종회에서 묘지석을 발굴하여 이후 수원박물관에 위탁되어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왔다. 이번 문화유산 지정은 유물을 지키기 위한 문중과 관계 기관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본 결과라 할 수 있다.

 

문화유산 전문 위원들은 이번 묘지석에서 주목해야 할 점으로 다섯 가지 요소를 꼽았다.

명확한 가계 계보:시조인 경순왕부터 부친 충렬공(휘 방경) 이르기까지 안동김씨의 계보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가문의 정치적 위상을 입증한다.

 

유교적 덕목의 중시:충효를 덕행의 근본으로 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원나라를 통해 도입되던 송학(주자학)이 당시 지식인 사회에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

 

관료제의 실상:과거 제도와 문과 위주의 승진 체제를 중시했던 당시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다. 특히 후손들의 문과 급제를 대대로 기대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단기적인 관료 임면:조선시대와 유사하게 관료의 임면과 전출이 짧은 기간 내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관료 후보군이 증대됨에 따라 나타난 당연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제적인 혼인 관계:문영공의 세 딸 중 한 명이 원나라 좌승상 가문에 시집간 사실은 당시 려·원 관계가 왕실을 넘어 관료들 사이에서도 깊숙이 진행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문영공 김순(文英公 金恂,1258~1321) 이 묘지석은 한국 문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문인인 백운거사 문순공 이규보(白雲居士 文順公 李奎報,1168~1241)계승하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 여흥부원군 문인공 묵헌 민지(文仁公 默軒 閔漬,1248~1326)가 직접 글을 지은 것으로 확인되어 가치를 더하고 있다. 고려시대 묘지석 중 찬자가 이토록 명확하고 제작 시기까지 추정 가능한 사례는 매우 드물어 그 희소성이 높게 평가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순 묘지석은 14세기 고려인들의 교유 관계, 혼산 양상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사료”라며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만큼 앞으로 체계적인 보존과 심도 있는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경기도 유형문화유산 지정은 단순한 유물 보존을 넘어, 고려 후기 안동김씨 가문이 한국사에 남긴 궤적을 재조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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