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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1-"가장 선진적인 것" 서양이 조선 지도에 감탄한 이유, 강리도의 아프리카, 그 비밀의 봉인을 두드리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by 碧巖 2019. 12. 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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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선진적인 것" 서양이 조선 지도에 감탄한 이유

[지도와 인간사] 강리도의 아프리카, 그 비밀의 봉인을 두드리다

19.06.11 16:56 최종 업데이트 19.06.11 17:06 김선흥(ecoindian08)


강리도 아프리카와 주변해역             류코쿠대학  

이 지도는 1402년 우리 조상들이 그린 아프리카 남부와 주변 바다의 모습이다.

조선초의 강리도(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서양지도보다 거의 100년 앞서

아프리카의 제 모습을 그렸다는 사실로 인해 서양에서는 역사를 고쳐 쓰고 있는 중이다.

몇몇 사례를 보기로 하자.

 

2002년 영국의 퇴역 해군장교 가빈 멘지스가 내 놓은

 <1421, The Year China Discovered the World(1421, 중국이 세계를 발견한 해)>라는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명나라 초의 정화함대가 세계를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그의 주장은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의 문화유산 하나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에는 큰 역할을 했다.

바로 강리도이다. 특히 아프리카 부분에 대한 내용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족했다.

 

"가장 선진적인 것"


왼쪽은 강리도, 오른쪽은 희망봉          가빈 멘지스의 <1421>

"강리도에 담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상세한 묘사는 당시 가장 선진적인 것이었다.

이 지도에는 이례적으로 희망봉의 윤곽이 정확히 그려져 있다

(The Cape of Good Hope is delineated with extraordinary accuracy)."

 

강리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아프리카로서,

아프리카의 동부, 남부, 서부 해안이 정확하게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서양인보다 먼저) 희망봉을 넘어 항해했던 누군가가

아프리카 지도를 그렸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편, 2007년 아프리카 지도의 역사에 대한 전문연구서

<THE MAPPING OF THE AFRICA(아프리카를 지도로 그리기, Richard Bets 공저)가 나왔다.


<THE MAPPING OF AFRICA>에 실린 강리도 해설       THE MAPPING OF AFRICA


류홍선의 광여도          영국 국립 도서관

이 책에 의하면, 강리도에 그려진 반도 형상을 지닌 아프리카의 모습이 중국의 <광여도(廣輿圖)>와 비슷하다.

그러나 강리도는 아프리카에 대한 세부지리가 더욱 자세하다. 특히 남부 아프리카가 그러하다.

남서방향으로 흐르는 강을 보여주고 있는데 오렌지강을 그린 것 같다고 한다.

오렌지강은 남아공에서 가장 긴 강이다. 대서양으로 흘러들어 간다.

강리도에는 오렌지강뿐 아니라 드라켄스버그 산맥으로 추정되는 산악도 묘사돼 있다.

 

또한 2014년 미국 스미소니안의 기획으로 <GREAT MAPS>

(위대한 지도들, Jerry Brotton)이라는 역저가 출간됐는데

강리도가 '위대한 지도' 중의 하나로 자세히 소개됐다.


강리도 아프리카 해설         GREAT MAPS


아프리카 부분에 대한 언급이 특히 인상적이다.

"항해가 가능한 희망봉 해역이 그려져 있고

여기에서 아프리카는 당시 어떤 서양의 지도보다 더욱 정확하게 그려져 있다.

이것은 실제로 아시아의 항해가들이 (서양인보다 먼저) 아프리카 대륙을 빙 둘러 항해했음을 말해 준다."

 

이 대목은 깊이 음미할 만하다.

왜냐면 우리가 여태 배워온 세계역사의 상식을 교란하고 허물어뜨리는 뇌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15세기 말 희망봉 해역 탐험을 비롯한 대항해를 통해 '지리상의 대발견'을 이룩했다고 우리는 배운다.

지구촌 모든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이제 그러한 서양중심의 세계사는 15세기 초의 강리도로 인해 더 이상 지탱될 수 없게 됐다.

바꾸어 말하면, 강리도의 아프리카지도는 서양 중심주의로 인해 수면 아래 빙하처럼 가려져 있는

다른 문명권의 웅숭깊은 역사를 증언하는 시각적 문헌인 것이다.

이 대목을 간과하면 강리도의 진가를 놓치고 만다.

 

강리도의 진가를 놓치면 안 되는 이유

 

서양 연구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강리도는 서양보다 앞서 '지리상의 대발견'을 선취했던 주역과 문명이 따로 있었음을 말해 준다.

그들은 누구였는가? 어떤 문명권에 속했는가?

이 질문은 바로 강리도 아프리카 지도의 원천은 어디인가? 서양인가? 중국인가? 몽골인가? 이슬람인가?

 

2세기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에서 연구하고 저술했던

프톹레미의 지리학과 세계상을 아랍은 9세기에 받아들여 발전시켰고,

서양은 뒤늦게 15세기 초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양 갈래로 나아갔던 서양과 아랍의 지도에 나타난 아프리카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어느 것을 막론하고 바다로 둘러싸인 역 삼각형의 아프리카 모습을 그리지는 못했다.

아래 지도에서 보다시피, 아프리카 남단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지 않거나, 둘러싸여 있더라도 오른쪽으로 과도하게 휘어져 있다.


프톨레미 세계지도(1482년 이태리 Berlinghieri 제작)     이태리 밀란 도서관


15세기 지도                 MEDIEVAL ISLAMIC MAPS

 

이러한 세계상은 16세기 초까지 유럽과 이슬람권에서 이어졌다.

조선의 강리도에는 이미 15세기 초에 제 모습의 아프리카가 그려져 있었는데 말이다.

강리도의 아프리카는

1320년대의 원나라 지도(李澤民<聖敎廣被圖>, 전해오지 않음)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원나라 지도의 아프리카는 원래 어디에서 왔는가?

이에 대해 대체로 중국발원설과 이슬람발원설이 맞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가 나왔다.

뉴욕시립대 교수인 한국계 학자 박현희(Hyunhee PARK, 예일대 박사)

'Journal of Asian History 52.2'(2018)에 발표한 논문이다.

아래는 그가 제시한 근대 이전의 세계상들이다.


여러 문명권의 중세 세계상 박현희

 

A부터 C까지를 살펴보자.

A 프톨레미 세계지도로서 15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유럽인의 표준 세계관이었다.

보다시피 아프리카 남단 주위에 바다가 없다.

땅의 띠가 오른쪽으로 이어져 아시아와 접해 있다. 따라서 인도양은 닫힌 내해이다.

 

B는 아랍 이슬람의 세계상이다.

당시 이슬람 지도는 남쪽이 지도의 위를 향하고 있으나 여기에선 우리에게 익숙한 방향으로 바꾸어 놓았다.

보다시피 아프리카 주위는 바다로 둘러 싸여 있고 인도양은 열려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남쪽이 과도하게 오른쪽으로 휘어져 뻗어 있다.

 

C11세기 알 비루니(al Biruni)의 세계상이다.

알 비루니는 이슬람권에 속한 학자였지만 일반적인 이슬람 세계상과는 매우 다른 독자적인 세계상을 제시했다.

보다시피 아프리카와 주변 해역의 모습이 강리도의 그것과 잘 호응한다.

알 비루니의 세계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더구나 그것을

강리도 아프리카지도의 원천으로 보는 박현희의 견해는 전혀 새로운 것이어서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다음 호에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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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리도, #희망봉, #이슬람, #박현희, #알 비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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