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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8-조상들은 어떻게 지도에 아프리카를 그려넣었을까. 강리도의 최대 수수께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by 碧巖 2019. 12. 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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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은 어떻게 지도에 아프리카를 그려넣었을까

[지도와 인간사] 강리도의 최대 수수께기

19.06.28 18:29 최종 업데이트 19.06.28 18:29 김선흥(ecoindian08)

 

강리도(1402년에 제작된 조선의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 그려진

아프리카의 남부 해안은 너무 정확하고, 너무 이른 시기에 나왔고,

더구나 서양이나 이슬람이 아닌 한양에서 그려졌다는 점들 때문에 최대의 미스터리이자 탐구과제로 남아 있다.

 

강리도 아프리카의 원천 지식은 누구의 것인가?

중국 원류설과 이슬람 원류설이 혼재하고 있지만 아직 어떤 설도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막연한 추측과 정황론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이 수수께끼의 봉인이 풀린다면 큰 소식이 될 것이다.

 

먼저 중세 이슬람의 세계지도들을 감상해 보기로 하자.

현대의 세계지도는 잠시 내려 놓고 알라딘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원래의 지도는 남쪽을 위에 두었지만 여기에서는 모두 북쪽을 위로 하여 놓는다.


중세 이슬람 지도 History of Cartograohy


중세 이슬람 지도 al-Istakhri, 1193화란 Leiden 대학 도서관

메카가 세상의 중심이다. 가운데 큰 바다가 인도양이고 그 왼쪽 위의 바다가 지중해이다.

아프리카에 주목해 보자. 거대한 육지가 아시아 쪽으로 뻗어 있다.

이러한 구도가 중세 이슬람의 세계상으로 정형화되었다.


al-Idrisi 지도(12세기), 1553년 재현 옥스포드대 도서관

 

아프로 유라시아(아프리카 및 유라시아) 대륙이 연결되어 있고 그 주위에 환해(環海, encircling seas)가 그려져 있다.

아프리카 중앙에 그려진 배 모양의 이미지는 나일의 수원을 묘사하고 있다.

'달의 산'이라 쓰여 있다. 달의 산은 거의 모든 이슬람 지도에서 굉장히 강조되어 있는데,

프톨레미 지리학(2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 완성)의 영향이다.


이슬람 지도 Arifi , 1569이스탄불 황실 박물관

바다를 검정색으로 칠했다. 역시 나일강의 수원이 뚜렷하지만 오른 쪽으로 매우 치우쳐 있다.

메카는 검정 사각형(카바 신전을 상징한 것 같다)으로 강조해 놓았다.

 

강리도와 이슬람 지도의 차이

이제 우리의 강리도를 보자. 편의상 원형 이미지를 싣는다.


강리도 류코쿠본 김선흥

강리도에도 나일강의 수원이 그려져 있다는 점은 이슬람 지도와 동일하다.

강리도가 이슬람 지도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형태와 상대적 면적 크기가 서로 확연히 다르다.

강리도의 경우는 아프리카 남단 주위를 드넓은 바다가 둘러 싸고 있어 이슬람 지도와 또한 다르다.

 

강리도가 이슬람 지리학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아프리카와 주변 해역의 지리묘사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슬람 지도는 어느 것 하나 강리도의 아프리카 형태와 닮은 것이 없다.

그런데 박현희 뉴욕시립대 교수에 의하면

유독 알 비루니(al-Biruni, 973~1050)의 지도가 강리도 아프리카와 호응한다는 것이다.

 

전해오는 최초의 알 비루니 지도는 아래와 같다.


al-Biruni 지도, 1238년            영국 국립도서관


전체적인 구도가 앞서 본 다른 이슬람 지도와는 확실히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메카가 중심이 아니라 중앙아시아가 중심이고 페르시아가 강조되어 있다.

아프로 유라시아(아프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이 하나로 연결된 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중국, 인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많은 면적을 배분하였다.

아프리카(아래 쪽에 달의 산 Mountains of the Moon)가 상당히 작고 그 주위에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남반부를 거의 바다가 점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당시 유럽과 이슬람을 통틀어 특이한 세계상으로서 강리도와 가장 잘 호응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남단은 사각형으로 그려져 있다.

박현희에 의하면

그 후 알 비루니의 지도 유형을 필사한 지도들에서는 아프리카 남단이 아래로 뾰족해진다고 한다.

박현희의 설명을 들어보자.

"강리도 아프리카 대륙의 삼각형 형태가 지도역사가들 사이에 흥분을 불러 일으킨 까닭은

이 지도가 서양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가능한 설명으로는,

당시의 원형 아랍 지도를 중국 지도 제작가들이 네모 안에 수직으로 반듯이 펴넣으면서

아프리카의 역삼각형 형태가 나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도 있다.

이를테면 초기의 다른 아랍지도에는 아프리카가 다른 형태로 그려져 있었다.

알 비루니 지도의 필사본은 아프리카를 끝이 뾰족한 형태로 묘사한다."

 

알 비루니의 지도가 강리도 아프리카지도의 원천이 되었을 수 있다는 착상은 매우 흥미롭다.

그런데 이 논문에는 알 비루니 유형의 지도 실물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무척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 서적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 저곳 검색해 보니 세계고지도 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myoldmaps.com'에 들어 있다.

이란 정부가 공개한 고지도 자료에서 따온 것으로 알 비루니 지도 유형의 필사본이라 한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떤 지도를 필사했는지 등의 정보는 실려 있지 않다.


알 비루니 지도 myoldmaps.com

보다시피 아프리카의 모습이 다른 이슬람 지도와 전혀 다르다.

강리도의 아프리카와 가장 흡사하다.

이것은 강리도 아프리카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알 비루니는 누구인가?

그의 지도가 과연 아득한 시공간을 넘어 조선의 강리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을까?

어떻게 그 경로를 추적할 수 있을까? 다음 호에서 탐험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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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리도, #박현희, #알 비루니, #이슬람,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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